[더 라이프이스트-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시골에서 좋은 이웃을 만나려면…

입력 2023-06-21 11:18   수정 2023-06-21 11:19


중국 남북조 시대의 남사(南史)에 보면 ‘백만매택 천만매린(百萬買宅 千萬買隣)’이라는 고사가 나온다. 송계아라는 고위 관리가 퇴직을 대비하여 자신이 노후에 살 집을 보러 다녔다. 그는 백만금 밖에 안 되는 여승진이라는 사람의 이웃집을 천만금을 주고 구입했다. 여승진이 그 이유를 묻자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불하였고,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되기 위한 프리미엄으로 지불한 것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즉, 좋은 이웃은 천만금을 주고도 사지 못한다는 의미다. 인생에서 이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타내는 고사성어로 많이 인용된다.

비슷하게 거필택린(居必擇隣)이라는 문장도 좋은 이웃을 선택해서 살 집을 정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좋은 이웃은 큰 축복이고, 나쁜 이웃은 큰 불행’이라는 서양 격언도 같은 의미가 된다. 우리는 심지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의미로 이웃사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심심찮게 매스컴에 소개되는 아파트 층간 소음을 둘러싼 갈등도 결국은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을 실증해 준다. 우리가 만나고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대체로 다른 사람으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많은 대중으로부터가 아니라, 바로 내 주변의 특정인으로부터 비롯된다. 가족, 친구, 상사, 동료, 거래처, 이웃 등 내가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이지 생판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줄 일은 없다.

필자도 이웃을 잘못(?) 만나 그 땅을 매각하고 떠났던 경험이 있다. 시골살이가 처음이라 경험이 없어서 부동산중개사가 소개하는 것만 믿고 집 지을 땅을 구입했는데, 계곡의 안쪽에 있는 땅이라 마을 길을 통과해서 지나가게 된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안동네 사람 중에 누군가가 입구의 이장집이 도로 경계를 침범했다는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이장집의 일부를 잘라낸 적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장은 안동네 사는 모든 사람을 좋지 않게 생각했고, 아무 죄도 없는 필자까지 도매금으로 나쁜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 집 옆길을 지나갈 때마다 곱지 않은 눈길로 쳐다보는 이장의 눈초리가 싫어서 다시 부동산에 매각을 부탁했다. 다행히 그 땅을 좋아하는 분이 나타나서 쉽게 팔고 나올 수 있었다. 그 후에는 동네 안쪽 땅보다는 원주민이 아예 없거나, 주변 토지를 모두 매입한 후 아는 지인에 분할 매각하는 방법으로 이웃사촌을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경험도 있다.

필자의 경험은 아니지만 주변 동네에서도 이웃 간에 사소한 문제로 갈등이 생겨 민원을 제기하고 서로 고발을 하는 사태까지 진행된 것을 보았다. 경계를 접하고 있는 이웃이라서 서로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보이고, 심지어 마당에서 하는 대화까지 들리는 거리인데, 지금은 서로 원수처럼 지내고 있다. 더구나 두 집은 같은 동향이라 얼마든지 서로 의지하고 이웃 간의 정을 나눌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누군가가 집을 팔고 나가기 전까지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보기 싫은 사람이 옆집에 살고 매일 직간접적으로 부딪힌다는 것은 어떤 스트레스보다도 크게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있을까? 앞서 소개한 남사의 고사와 같이 미리 옆집에 누가 사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아니면 동네 이장이나 먼저 살아본 사람에게 옆집의 평판을 들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이웃을 만나려면 먼저 나 스스로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먼저 다가가고 내가 먼저 손 내미는 노력과 함께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웃을 무시하지 말고 항상 존중하는 마음가짐도 좋은 이웃이 되는 방법이다. 아무튼 이웃 간에 갈등이 있다면 하루빨리 풀고 서로 웃으며 지내자. 먼저 인사하고, 먼저 베푸는 것만으로도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안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웃 간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이 망가지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살려고 시골살이를 했는데, 건강이 더 나빠지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백만매택 천만매린을 꼭 기억하자.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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